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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귀농 가구는 8,735가구로 전년보다 6.0퍼센트 늘었고, 귀농 인구는 1만 1,617명으로 8.5퍼센트 증가했습니다. 불과 1년 전인 2024년, 귀농 가구가 20퍼센트 가까이 급감하며 위기론이 번졌던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귀촌 인구는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수는 매년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단순한 증가와 감소라는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누가, 왜 농촌으로 향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농촌이 맞이하고 있는 전환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숫자 뒤에 숨은 반전, 귀농은 늘었지만 규모는 여전히 작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5년 통계를 보면 귀농 인구의 증가는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고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의 귀농이 전년 대비 15퍼센트 이상 늘었고, 여성 가구주 비중도 24.1퍼센트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귀농인의 출발지를 보면 경기도가 21.0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4.2퍼센트로 뒤를 이었으며, 수도권 출신이 전체의 40퍼센트를 넘어섰습니다. 전남 고흥군과 신안군, 경북 의성군과 상주시 등 인구감소가 특히 심각한 지역에 귀농 인구가 집중되는 양상도 확인됩니다.
그러나 양적 회복이 질적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2025년 귀농 가구의 평균 재배면적은 0.34헥타르로 전년과 거의 차이가 없고, 0.5헥타르 미만의 영세 가구가 전체의 83.7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이는 새로 유입되는 귀농인 다수가 본업 수준의 농업 경영이 아니라 부업이나 소규모 자급 형태로 농촌에 정착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유입 규모가 늘었다고 해서 농촌 경제의 생산 기반이 곧바로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몇 명이 들어왔는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농사 대신 카페와 콘텐츠를 선택하는 사람들
귀촌 인구의 감소를 단순히 농촌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결과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촌에 머무는 청년들의 활동 유형을 조사한 결과, 전문적인 농사에 종사하는 비중은 32.0퍼센트에 그친 반면 농촌관광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비중은 38.5퍼센트로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가나 취미 활동이 35.5퍼센트, 비농업 분야의 창업이나 취업이 17.5퍼센트를 차지한 것을 보면, 청년들이 그리는 농촌살이의 상은 이미 전통적인 농업 경영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의 사업 방식을 보면 원물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가공과 유통, 체험과 콘텐츠를 직접 결합하는 사례가 두드러집니다. 전남 해남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고구마를 고구마빵으로 가공해 연간 13만 명이 찾는 상품으로 만든 청년 창업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경북 문경에서는 200년 된 고택을 카페와 숙박 공간으로 재생해 연간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유치하고 지역 내 청년 일자리 22개를 만들어낸 사례도 확인됩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가치사슬의 단절이라는 구조적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원료만 생산해 외부로 출하하면 가공과 유통, 서비스 단계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고스란히 도시로 흘러가 버립니다. 지역 자원을 새롭게 조합해 직접 수요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등장은 이 단절된 사슬을 지역 안에서 다시 연결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정책은 여전히 땅과 농사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정책 지원의 방향이 이러한 현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편성한 청년 관련 예산 2조 1,035억 원 가운데 95.5퍼센트가 여전히 농업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도 맞춤형 농지 지원 항목이 8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작 현장에서 늘어나고 있는 것은 농지가 아니라 창업 공간과 판로, 콘텐츠 기획 역량에 대한 수요인데, 지원 체계는 여전히 농지 매입과 시설 투자라는 전통적인 틀 안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농업 창업과 주택 구입을 위한 융자 사업, 청년후계농을 대상으로 한 영농정착지원사업 등 기존의 정책 자금 체계는 분명 귀농의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다만 이러한 자금 대부분이 농지 매입이나 시설 구축과 같은 자본집약적 용도로 설계되어 있어, 가공과 유통, 관광 서비스를 결합하려는 청년 창업가들에게는 실질적인 문턱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촌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면, 그 가치를 뒷받침하는 금융과 행정 지원의 형태도 함께 재설계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부채라는 그늘
유입 통계 이면에는 정착에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흐름도 꾸준히 존재합니다. 귀농과 귀촌 이후 5년 이내에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비율은 10퍼센트에서 15퍼센트 수준으로 파악되며, 그 핵심 원인으로는 소득 부족과 지역 주민과의 갈등, 의료와 교육을 포함한 생활 인프라의 부족이 꼽힙니다.
특히 부채 문제는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하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농업경영체의 평균 부채는 2021년 3,659만 원에서 2025년 4,771만 원으로 30.4퍼센트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농가소득 증가율은 14.5퍼센트에 그쳤습니다. 부채가 소득보다 두 배 넘게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40대 이하 경영체의 부채 증가 속도가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빠르다는 사실이며, 연령이 낮을수록 경영을 정상 궤도로 되돌릴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업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청년농과 전문농의 재무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는 배경입니다. 농가소득 구성을 살펴보아도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1.4퍼센트에 불과하고, 이전소득과 농외소득이 각각 36.4퍼센트, 35.9퍼센트를 차지해 순수한 영농만으로 안정적인 가계를 꾸리기가 여전히 쉽지 않은 구조임을 보여줍니다.

빈집과 텃세, 오래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국 농어촌에 방치된 빈집은 13만 채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마을의 경관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고 범죄와 안전사고의 우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철거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 이 유휴 공간을 귀농·귀촌인의 주거와 창업 공간으로 되살리는 농촌 빈집은행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참여 지자체를 늘려가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중입니다. 빈집을 장기 임대주택이나 창업 공간으로 전환하는 시도는 이주민에게는 초기 정착 비용을 낮춰 주고, 마을 입장에서는 흉물로 남을 공간을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자산으로 바꾸어 준다는 점에서 이중의 효과를 지닙니다.
공간의 문제 못지않게 오래 지적되어 온 것이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문화적 마찰입니다. 일부 마을에서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발전기금이나 찬조금을 요구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관행이 기부금품법이나 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보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개선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투명한 마을 운영 규약을 마련하고, 이주 희망자가 실제 거주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사전 프로그램을 넓혀 가는 것은 이러한 갈등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머무르지 않아도 관계를 맺는 인구라는 새로운 셈법
정착 인구만으로 지역의 활력을 측정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2023년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은 특정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지 않더라도 통근이나 관광, 체류 등을 통해 그 지역과 꾸준히 관계를 맺는 이들을 생활인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이주가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머무르며 소비하고 관계를 맺는 인구를 정책의 대상으로 포섭하려는 시도로, 정주 인구의 절대적인 증감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지역의 활력을 보완적으로 설명하려는 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 인구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제도로 자리 잡은 것이 고향사랑기부제입니다. 2023년 650억 원으로 출발한 전국 모금액은 2024년 870억 원을 거쳐 2025년에는 1,5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퍼센트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비수도권 지자체에 기부가 집중되는 경향은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지자체들은 이렇게 확보한 재원을 체류형 인프라와 귀농·귀촌 지원 사업에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활용 폭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머물 이유를 계속 만드는 일
2025년의 반등은 대한민국 농촌이 인구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완전히 회복했다는 신호라기보다, 유입의 방식과 주체가 이미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콘텐츠와 관광, 로컬 비즈니스를 위해 농촌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한편, 여전히 많은 이들이 소득 부족과 부채, 낯선 공동체와의 갈등 속에서 다시 도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두 흐름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농촌이 통과하고 있는 전환의 서로 다른 단면입니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불러들이느냐가 아니라, 일단 들어온 사람이 그 자리에 머무를 이유를 얼마나 촘촘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농지 중심의 지원을 가공과 유통,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넓히고, 부채 상환 부담을 완화할 금융 안전망을 갖추며, 빈집과 텃세라는 오래된 장벽을 제도적으로 허물어 나가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질 때, 통계상의 반등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지역의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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